미주 중앙일보 전자신문

네옴시티,마스다르시티실패서배워야

시론 함인선 전한양대교수광주광역시총괄건축가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한국산업계는 ‘제2의 중동붐’ 희망으로 한껏 부풀어 있다.사업비만1조 달러(약 1338조원)라는 ‘네옴 시티’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 신도시 조감도에서도 ‘더 라인’이라는 주거지구는압도적인광경을보인다. 높이 500m, 길이 170㎞, 인구 900만명을수용한다는선형도시구상은웬만한SF영화도울고갈 정도다. 더욱이 세계 최고부자가추진한다는사실과맞물렸으니가장‘비현실적인현실’, 즉이시대의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다.

가히 전례 없는 규모이지만새삼스럽지는않다.주체못할오일머니와 석유 시대의 종말에대한묵시론적공포가어우러져중동에서벌어지는메가프로젝트중하나다.두바이는바다에야자수모양의인공섬을 만들고,사막에 160층 마천루를 세웠다.아부다비는루브르와 구겐하임을 유치하고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 5명을불러‘예술섬’을건설했다.카타르는찬공기를채운경기장으로월드컵을개최하고있다.

초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중동신도시프로젝트또한이번이처음은아니다. 2008년 시작한아부다비‘마스다르시티’는아직 미완성이다.가로세로2.5㎞ 정방형신도시는일체의굴뚝산업을배제하고탄소이력제로를위해심지어건설용철근조차철거폐자재를 수입해사용했다.그러나15년지난지금은거대한유령도시다.계획한기업 1500개, 인구5만명유치는 무산됐다.거주민은학비가 무료인 과학기술대학 학생이 전부다. 220억 달러를쏟아붓고도탄소제로정책은포기했다.

필자는 2011년 마스다르 시티 KCTC 사업에 총괄계획가로참여한경험이있다.당시이명박 대통령이 아부다비원전수주와함께약속한1만8500㎡의 ‘한국 클린기술 클러스터’프로젝트였다. 한국산업은행과컨소시엄으로1년여를노력했으나결국입주희망기업을찾지못했다.네옴시티프로젝트에참여하려는한국기업들은규모가 4000분의 1도 되지않는데도실패한마스다르시티의교훈을새길필요가있다.

첫째,도시의성패는물리적요소보다 구성원들의 문화에달렸다는 교훈이다. 1980~9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보고 세계 각국은 ‘○○밸리’라는 이름의첨단산업지구를경쟁하듯세웠으나거의모두실패했다. 왜일까.실리콘밸리의시작지점은 1970년대 반전운동이었다. 스탠퍼드대학등에모여든사람들은저녁이면강당에모여아이디어와기술을거저나눴다.이들이나중실리콘밸리에 모여 창업자가되고 신속한 투자가 무엇보다결정적인 첨단기술 산업의 엔젤투자자가된다.

요컨대 오랜 공동체 문화가새산업생태계의‘신뢰자본’이된것이다.반면내적인문화를간과한채실리콘밸리의물리적집적에만주목한대부분의밸리는 사라졌다.마스다르는많은혜택에도기업과인재유치에실패했다.아직은절대종교국가인사우디가이를극복할문화인프라를제공할수 있는지가네옴시티의가장큰과제다.

둘째, 교조적지속가능성이갖는이중성에관한 교훈이다.네옴시티도신재생에너지,식량자급자족,탈자동차를표방한다. 그러나마스다르시티는선한 의도와 현실은 별개임을보여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에너지딜레마에빠진독일이나태양광패널로뒤덮인한국의숲도같은맥락이다.더심각한 문제는 지구촌과 유리된‘그들만의 생태주의’다. 이는인간은 지구의 바이러스이며온난화는행성‘가이아’의열병이라보는근본생태론(radical ecology)의 입장과별차이가없다.

최근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에서혜성충돌로파괴된지구를부자들만탈출한다.더워지는지구를살릴노력대신머스크는화성으로이주하려 하고, 빈 살만은 외진 사막에건설과정탄소발자국이영국1년치의4배나된다는유리도시를꿈꾸고있다.역량을인정받아 세기적 프로젝트에참여하는것은물론기쁜일이다.동시에지구공동체의책임있는일원으로서‘진정한지속가능성’에대한성찰또한우리몫이다.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다를수있습니다.

‘제2의중동붐’기대감넘치지만기업과사람유치하기만만찮아도시건설도문화와신뢰가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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