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중앙일보 전자신문

노인대학조기입학생

이정아

여고졸업60주년기념행사참석을위해한국에다녀오신선배님이한숨을푹쉬며말씀하신다. “팬데믹전만해도단체로옷맞춰 입고 라인댄스에 연극도 했었는데 양상이 달라졌어. 그 사이 하늘나라 간 친구들이 여럿, 휠체어탄친구가 셋, 지팡이를짚은 친구가 둘이더라고” 하며 우울해 하신다. 나보다 13년 선배시니 팔순에 가까운선배님들이긴 하다. 몇 년 전 3박4일로 남해리조트빌려놀던프로그램은없어지고,점심시간에 만나 밥만 먹고 조용히 헤어지는 것으로 바뀌어 큰돈 들여 한국 나간 것이아깝더라 하신다. 100세 시대니뭐니해서 영원히 살 것 같아도 끝은 있기 마련이라는뜻으로들렸다.

그렇다. 페이스북친구로오래알던캐나다의소설가J선생님도뉴욕의시인H선배도와병이후의소식이궁금해가보니부고가 올라와 있어 덜컹했다. 죽음은 무서운것이 아니라 평안하다던데 왜 나는 두려운것일까? 가족과의 이별, 사랑하던 모든 것과의단절이슬퍼서일것이다.

지난가을부터두곳의학교에등록하여다니기 시작했다. 큰수술후백수로산지여러 해, 삶에자극이 필요했다. 클래식음악 동아리는 가보니 노년층이 대부분이라약간 실망했다. 내 발로 노인학교에 찾아간 셈이니. 그래도 좋아하는 취미여서 열심히 다니는 중이다. 입을 크게 벌려 노래하면안면근육도풀려노화방지에좋다니믿어보기로 한다. 마음을정화해주는고전음악 감상도 참 좋다. 오시는 분들이 모두건강한노년들이라선한영향을받는건전모임이다.

다른한곳은노인성경대학이다. ‘노인’이 붙어 주저했으나 65세 이상이면 등록을권한다기에 가보니 가장 어린 학생이 되었다. 성경공부에 이은 한글 퍼즐 맞추기 시간과 색칠하기가 유치원 수준이라 자존심상하긴해도어느덧종강하게되었다. 노인대학이라 성경공부도 죽음과 종말론, 사후세계에관한내용이다. 그만큼죽음이머지않았다는 뜻이 아닌가? 사실 매일 산다는것은 죽음 쪽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있는것이니.

65세가되면서연금나오고메디케어의료혜택을받게되니큰돈번듯좋았다. 그러나바로 호칭에 ‘시니어, 어르신, 노인’이 붙게되어갑자기늙어버린억울함도있었다.

어차피 가야 할 길, 조기 입학한 셈 치니그럭저럭 가을학기 졸업식을 맞았다. 졸업식에대표로나가졸업장대신졸업선물을받았다. 코스트코의 대용량 식물성 식용유였다. 이런실용적인졸업 선물이라니. “노인대학 만세! 브라보 시니어 라이프!”. 종이졸업장보다훨씬좋았다. 아직도물질에열광하는 나. 철들려면 아직 멀었다. 봄학기도등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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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T08:00:00.0000000Z

2022-11-30T08:00:00.0000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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