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중앙일보 전자신문

팬티바람으로문밖에갇힌 후

쓰면서도몰랐던명품이야기플럭스도어스토퍼

술자리후호텔방집으로착각방문열고나갔다가등뒤서철컥속옷바람에핸드폰도없이난감호텔방트라우마에대처법찾아

살다 보면 별의별 경우를 당하게마련이다대수롭지않은일이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한다 세상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알았다면 꽤 오래 살아본 이들이다누구라도뉴스의주인공이될수있다 남의일이란없다 무슨일이 일어나더라도 우선 받아들일다짐부터할일이다

전세계의큰호텔구조는별다를 게 없다 바닥의 카펫 문양과벽지색깔마저거기서거기다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양쪽으로이어진 복도와 객실 배치도 비슷하다규모에따라복도의길이가차이나는정도랄까

홍콩의 한 호텔에서 겪은 일은세월 지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다밤늦게 이어진 술자리를 마치고찾아들어간내방은긴복도의끝부분이었다 몸이 휘청거릴 만큼오른취기와피곤이겹쳐아무데라도눕고싶었다

카드키로 문을 열고 들어간 것까지는 좋았다 후텁지근한 홍콩의 밤 기온은 만만치 않았다 거추장스러운 옷가지를 훌훌 벗고화장실부터들어갔다 후련했다집에선화장실문을열고나가오른쪽 문을 지나면 안방과 이어진다호텔방의구조도비슷했다술이 화근이다 집인 줄 믿어의심치 않았다 호기롭게 오른쪽문을 열고 나간 순간 눈 앞에 펼쳐진그림이이상했다미처뒤돌아보기도 전에 철커덕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차! 비로소 사태를 파악했다 한 번 잠긴 호텔방문은무정하게도열리지않았다호텔복도에팬티 바람으로 놓여졌다 손에 달고 다니던 스마트 폰이 들려있을 리 없다 먹은술이확깼다방법은하나뿐 20 m 가량 떨어진복도 가운데까지걸어가 호텔 프론트에 전화해야한다

너무 쉬운 해결책만큼 실행은만만치 않았다 사방의 객실에서사람들이 나올 것 같았다 복도어디에도 몸뚱이 하나 숨길 데가없다 사람들의 인기척은 유난히크게들렸다귀퉁이에웅크려기회를 살피며 살금살금 몇m를 나아갔다 갑자기 엘리베이터에서내리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놀라뒷걸음치기를몇번이나반복했던가

마음졸인시간은며칠도더흐른 듯 했다 겨우 하우스 폰으로프론트 직원과 통화했다 사람이올때까지또기다려야한다다행히 옆에 컴컴한 비상계단이 있어몸을 숨겼다 한참 후 호텔 보이가올라오는소리가들렸다반가움이란 감정의 극점은 이런 것일게다 벌거벗고 웅크린 채 앉아있다 벌떡 일어났다 놀란 건 그쪽이다반가움은잠시다

보이는 확인이 끝날 때까지 문을열어줄수없다고했다객실아이디를 요구했을 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객실 아이디까지외우고다니는사람이있던가발가벗고 항의하는 아저씨의 승강이는처절했다

곤욕을 치르고 겨우 들어간 방은 꼴도 보기 싫었다 이후 호텔방트라우마에시달렸다어느호텔에 들어가더라도 방문이 잠기지 않도록 문고리 체인부터 걸쳐두었다이것으로성에차지않았다 문 앞엔 문짝을 고일 무거운가방을 일부러 놓아두는 습관도생겼다당해보지않은사람은모른다난처한일의대처보다벌어질 일을 상상하는 공포가 얼마나큰지를열려있어야할문이잠겨있다는건누구에게나절망이다날더워지면문열일이많아진다는 걸 겨울엔 알지 못한다 덥다 바람이라도 통하려면 문부터여는 게 순서다 닫히기 위해 만든 문이다 일부러 열어 닫히지않도록 뭔가를 받쳐놔야 안심이다필요가절실해야비로소대처의 방법을 찾게 된다 문 틈새에나무 조각을 괴고 없으면 신문지라도말아대신했다그런대로효과를 보았다 돌아보니 모양새가영아니다멀쩡한문짝에끼어든이물질이 화합의 아름다움으로비칠리없다

애엄마가된조카의푸념도들었다 부산스럽게 놀던 아들의손이 문짝에 끼어병원 신세를 졌다는 안타까움이다 행여 다칠까봐 나무로만든도어스토퍼를 끼워놓았던 나름의 대처도 소용없었다문이 닫혀 벌어진사고는 이전에도 여러번있었다고했다 고정되어있어야할문짝이움직였다면이유는 하나다 문틈에 끼워둔 스토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일 게다 합성수지 재질의 마루판에낀나무가미끄러지지않는게더이상하다

시골에 있는 집 현관문에도 어디나 달려있는 도어 스토퍼가 있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바닥과떨어진문의높이가문제였다길이가 짧은 아파트용은 애당초 맞지 않아 달아놓지도 않았다 문열어놓아야할일이많은요즘저절로 닫히는 자동기능은 불편만더했다필요할때만닫히는문이어야 한다 살기에 편해야 좋은집이다 멀쩡한 집의 허우대만큼신경쓰지못한디테일이문제다살다 보면 사소하게 보이는 부분의미흡이더큰불편으로다가온다는걸안다

환기를 위한 쪽 창의 부실함도짚고넘어가야한다여닫기위한경첩처리가전부인창이많다최신 창호로 시공되지 않은 사무공간의창또한별반다를게없다 열리거나닫히거나두개의선택만으론 모자란다 환기를 위해약간열린채고정되어있어야할경우란 얼마나 많은가 애매하게혹은 중간만 있으면 되는 일상의필요란 이런 것이다 양자택일의대범함 속에 살아온 이들은 이런부분을흘려버리기쉽다독일에서 생활용품을 다루는매장에 들른 적이 있다 유난히도어 스토퍼가 많이 진열돼 있었다 우리 같으면 신경도 쓰지 않을물건이다어차피문짝과창틀을 고여야한다면 제대로 예쁘게만들어 대처하자는 생각일 게다다양하고 재미있는 디자인의 도어스토퍼는놀랍다목재와금속으로만든것부터강화실리콘재질까지 단순한 경사의 블록형태에서 기발한 아이디어의 디자인상품까지

이를테면 다리 들고 오줌 싸는강아지 모양이 대표적이다 푸시맨과열쇠와나뭇잎모양도있다접힌 지폐나 여자의 발목도 보였다문틈에끼여흘러나오는튜브물감 디자인에 이르면 탄성이 절로나온다모름지기모르거나새로운 것의 자극을 받으면 감탄해야 예의다 세상에 이럴 수가!도대체 이런 발상은 누가 했을까 보기만 해도 즐거운 창의적도어스토퍼의세계다

마음에 드는 독일제 플럭스(FLUX) 도어 스토퍼를 찾아냈다 태극 형상의 반을 잘라내 검정원으로포인트를준단순한모양이다 기발하진 않다 기능이곧본질이된간결함을다양한색채의선택으로강조했다좋은물건은만져보면안다정밀한금형으로 떠낸 합성고무의 질감은 탄탄하고쫀득했다혼의형상마냥급격하게 커지는 커브는 각기 다른문틈새에꼭끼인다

주저하지않고몇개를산것은홍콩 호텔의 악몽 때문이다 아저씨 증세가 도져 어처구니없는실수가 반복될지도 모른다 실수에서배우지못하면개선은없다이후 여행 가방엔 플럭스의 도어스토퍼를꼭챙겨간다환기를위해창틀에끼워넣는용도로집에서도 쓴다 아이가 또 다칠지 몰라 불안해하는 조카에게도 선물했다간격이넓어고정스토퍼를설치하지 못하는 시골집 현관에도고여놓았다

작고 사소한 물건이 가져온 효과를봤다헐거워져빠지는일도없고 문짝과 바닥에 흠집도 내지않는다눈에띄는색깔은용도에복무하는 스토퍼를 보는 즐거움으로바꾸어놓았다플럭스란회사는 이런 물건만 만든다 눈에띄지않으나누구나꼭필요한제대로된생활용품말이다

잠깐열어놓는필요성갈증커져독일생활용품점서찾은플럭스태극형상반잘라검정점포인트필수품기왕이면예쁘고기발하게

윤광준 충실한 일상이 주먹 쥔다짐보다 중요하다는 걸 자칫 죽을지도 모르는 수술대 위에서 깨달았다이후음악미술건축과디자인에 빠져들어 세상의 좋고아름다운것을사랑하게됐다살면서쓰게되는물건의의미와 가치를헤아리는일또한삶을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한다 심미안수업등을썼다

기획연재

ko-us

2023-02-07T08:00:00.0000000Z

2023-02-07T08:00:00.0000000Z

https://koreadaily.pressreader.com/article/28163819436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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