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중앙일보 전자신문

엘살바도르젊은이들의갈림길

장수아

속옷 차림의 수감자들이 등 뒤로 두손이묶인 채 앞뒤로 빼곡히 포개진 모습. 인터넷에서본충격적인교도소사진이엘살바도르에 대한 첫 이미지였다. 엘살바도르는 LA에서 비행기로 5시간쯤 걸린다. 인구650만명의비교적작은나라다.

얼마전일주일간의선교여행을떠나기전빠짝긴장했다. 엘살바도르는한인타운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MS-13’이라는낙서의주인공인MS-13 갱단의본거지로알려졌기때문이다.

하지만그나라의실상은걱정과는조금달랐다. 수도 산살바도르 도심에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유명 브랜드 업소들이있었다. 하지만 차를 타고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자 벽돌집, 판잣집들이 줄을 이었다. 2시간 남짓차로들어간산속한교회는벽돌로엉성히지어져마치기초공사만끝낸 듯한 모습이었다. 창틀이랄 것도 없이 벽에 난 큼지막한 구멍이 창문이었다.물을 떠다변기물을내려야 하고불을 때는아궁이도있었다.

이런곳주변에사람이살까했지만한자리, 한자리채워지더니금세 200명이 넘는아이들과 엄마들이 모였다. 그런데 어째서인가 엄마들만 있고 아빠들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현지선교사의말로는대부분아빠가가정을버리고도망간경우라했다. 여러가지이유가있겠지만생계문제가컸다.

엘살바도르의 경제 상황은 거의 붕괴 상태다. 오랜내전으로핵심산업이던커피농업 등 산업 전반이 망가졌다. 그렇다 보니미국 등 해외 거주 엘살바도르인들이 보내는해외송금에많이의존하고있다. 2020년기준미국거주엘살바도르인들의송금액이60억달러에달하는것으로집계됐다. 이는엘살바도르 국내총생산(GDP)의 23%에이른다. 현재엘살바도르국민70%가해외송금을수취하고있는것으로알려져있다.

갱단도 내전으로 경제가 무너지면서 생겨났다. 1980년대 우파 군사독재 정권과반정부좌파세력간의내전이시작되면서거리엔 시신이뒹굴었고굶주린사람들은쓰레기통을 뒤졌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내전은 유엔(UN)이 개입하면서 1992년양측의평화협정체결로마무리됐다. 하지만 12년간의 내전은 7만5000명의 사망자를 냈고, 당시 인구의 20%에 달하는 100만여명이난민이 됐다. 엎친데덮친격으로 갱단 범죄가 고개를 들었다. 내전 탓에무기가흔했던탓에무장갱단원들이도시를휘젓고다녔다.

안타깝게도지금도상황은나아지지않고 있다. 오히려 더 열악해졌다. 갱단 조직들이 연합해 정부에 맞서기 시작하면서사실상제2의내전이벌어지고있다.

최근미국정부의보수적이민정책도엘살바도르의현실을더가혹하게만들고있다.연방대법원은지난해12월무단입국한이민자를국경에서즉시추방하도록한‘타이틀 42’정책을 당분간유지하라고판결했다. 최종결정은6월에나올전망인데이때까지국경에온이민자들은즉시추방된다.이로 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약인 국경에서의망명신청절차복원도당분간어려워지게 됐다. 지난해 1년 동안 무려 240만명이밀입국을시도했으며, 절반이상이멕시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등중남미출신들인것으로알려졌다.

엘살바도르는 미국의 이라크전에 파병까지 했던 중미의 대표적 친미 국가다. 하지만망가진엘살바도르의현상황은모른채하는모습이다.

엘살바도르젊은이들에겐갱단가입이냐,불법이민이냐의 비참한선택만이남았다.그렇게 아빠가 없어진 가정에서 아이들은엄마의 손에 크고 있다. 미국은 엘살바도르의기여를잊어선안 된다. 그들의비참한현실에는미국의책임도있기때문이다.

기획연재

ko-us

2023-02-07T08:00:00.0000000Z

2023-02-07T08:00:00.0000000Z

https://koreadaily.pressreader.com/article/281668259131931

Korea Daily News